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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스포츠조선 칼럼] 화장품도 다이어트가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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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 "오빠 씻었어요?"   

남 : "네 씻었어요.~" 

여 : "그럼 토너, 에센스, 아이크림, 로션. 단계별로 알지? 하나도 안 어렵지?"
남 : "에이 까먹었다."

저절로 웃음이 나오는 이 광경은 모회사의 화장품 광고다. 짧았던 장마가 물러가고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었다. 휴가철에는 여기에다가 하나 더, 자외선차단제까지 바르라고 한다. 사실 여성이라면 모를까 대부분의 남자들에게는 이름조차 생소한 화장품들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부스터, 세럼까지 나오면서 머리가 터질 지경이다. 과연 이 많은 화장품들을 모두 발라야 피부가 좋아지는 걸까?  

재활의학을 동시에 전공한 필자는 이런 비유를 들곤 한다. "평소에 운동을 별로 해보지도 않은 사람에게 몸에 좋다고 마라톤을 하라고 억지로 떠밀면 어떻게 될까요?" 마라톤을 제대로 하려면 러닝의 기초 등 기술적인 부분부터 지구력훈련까지, 익혀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렇다면 이 사람은 몇 번 뛰다가 관두어버릴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화장품도 마찬가지다. 화장품 1개도 바르기 귀찮아하는 많은 남성들이 위 광고처럼 여자 친구 손에 이끌려 억지로 화장품을 종류별로 다 샀다 하더라도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바르는 걸 아예 포기하게 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잠깐. 여기서 화장품 비용이나 귀찮음은 둘째로 치더라도 과연 이 화장품들을 모두 발랐을 때 피부에 도움이 되기는 하는 걸까? 물론 마라톤이 건강에 도움이 될 때도 있다. 특히 기초체력과 기술훈련이 잘되어 있는 일부 사람들에게는 말이다. 하지만 준비되지 않은 많은 사람들에게는 좌절감과 부상 그리고 퇴행성관절염이 따라올 뿐이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30분씩만 걷기만 해도 큰 부작용 없이 건강증진이라는 목적을 충분히 이룰 수 있다. 

다시 화장품으로 돌아가 보자. 우리가 건강증진이라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반드시 마라톤과 같은 과도한 운동을 할 필요가 없는 것처럼 화장품도 굳이 과도하게 바를 필요가 없다. 사실 스킨, 로션, 에센스, 크림의 기초 4종 세트는 화장품을 많이 팔기 위해 우리나라에만 있는 개념이라고 한다. 이 화장품들은 점도와 오일 양에만 차이가 있을 뿐 실제로는 비슷비슷한 제품들이다. 물론 목적이 조금씩 다르고 기능성 성분이 들어있는 정도가 다르긴 하지만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고는 보기 어려운 보습 제품을 한꺼번에 4~5가지씩 바르는 것이 과연 우리 피부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될까? 

화장품을 잘 쓰지도 않던 부모님 세대와는 달리 지금의 우리에게는 왜 세안을 하고 나면 피부가 땅기고 건조해져서 보습제를 발라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까? 이는 피부의 보습, 방어를 담당하는 피부 장벽의 기능이 저하되었기 때문이고, 그 이유는 자외선, 마찰, 염증, 노화와 같은 요인도 있겠지만 화장품의 합성화학성분들에 의해 피부가 혹사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전 칼럼에서 합성계면활성제의 문제점에 대해 언급했다. 

더 큰 문제는 화장품에 보습과 관련된 물질 이외에도 피부를 자극시킬 수 있는 색소, 인공향, 방부제 같은 성분이 함께 들어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보습성분조차 인공합성성분들이 있다. 각각의 성분 유해성에 대해서는 '화해' 같은 앱(애플리케이션)을 찾아보면 간단히 정리가 되어 있으니 참고하길 바란다. 개별 화장품에서는 미미한 양일 수도 있지만 4~5가지씩 한꺼번에 바른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화장품의 질에서 중요한 건 아주 비싼 극소량의 피부재생 물질이나 보습물질의 함유여부가 아니라 피부에 해를 끼칠 수 있는 성분이 얼마나 적게 들어가 있느냐이다. 건강식품과 마찬가지로 인공합성성분은 피부가 받아들이기 어렵고 오히려 해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합성화학계면활성제와 인공향, 인공색소, 합성화학방부제가 들어가 있지 않고 피부에 부족한 수분, 유분을 공급해주는 보습제 하나만 선택해서 열심히 발라도 일반적인 피부건강을 위해서는 충분하다. 

자외선이 연중 절정에 달한 8월이다. 피부 손상의 우려도 덩달아 커지는 요즘, 가장 중요한 것은 자외선 차단제를 잘 사용해 손상을 최대한 막는 일이다. 이에 더해 지쳐있는 피부에 자칫 독이 될 수 있는 필요이상의 영양공급을 시도하지 말고 화장품 다이어트를 통해 내 피부를 건강하게 지켜보는 것은 어떨까? 

글·김유수 서울재활의학과 안티에이징클리닉 원장(미국 안티에이징의학 전문의/대한비만체형학회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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