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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칼럼] 살빼려고 운동에 너무 목숨걸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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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세 여성 환자가 무릎이 아파서 내원했다. 엑스레이는 큰 문제가 없었고 문진과 진찰 상 무릎을 많이 사용해서 생긴 전형적인 '슬개대퇴통증'(무릎뼈와 넙다리뼈가 잘 맞물리지 않아 생기는 통증) 환자였다. 160㎝에 60㎏ 정도 되는 환자로 겨우내 살이 갑자기 많이 쪄서 1달 전부터 등산을 시작했다고 한다. 물리치료를 하면서 등산을 쉬셔야 할 것 같다고 권유했더니 살을 빼야하기 때문에 절대 운동을 줄일 수 없다며 필자에게 물었다.   


"뛰는 것은 괜찮죠?" 

필자는 재활통증과 비만 클리닉을 같이 하다 보니 이런 환자를 자주 만나게 된다. 어떻게 보면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다이어트 하는 분들이 대부분 이런 패턴을 보이고 있다.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건강산업이 발달하고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다. 그래서 '다이어트'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는다. 근데 재밌는 건 원래의 다이어트(diet)는 '식이요법'이라는 뜻이지만 많은 분들이 '살 빼려면 운동해야지' 식으로 바로 운동부터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말도 준비된 사람에겐 틀린 말은 아니다. 전통적인 칼로리 계산법에 의하면 들어오는 에너지보다 나가는 에너지가 많으면 체중은 줄어든다고 본다. 에너지를 나가게 하는 주된 방법은 운동이고, 다양한 운동 중에서도 같은 시간에 조금이라도 더 많은 칼로리를 태우기 위해 등산, 조깅과 같은 운동을 선택하는 건 일견 타당한 선택처럼 보인다. 

하지만 준비 안 된 운동은 그저 조직손상을 불러올 뿐이다. 위의 환자는 약을 먹고 통증을 가라앉힌 후에 계속 운동하길 원했다. 하지만 이 경우의 통증은 거추장스럽고 약으로 없애야 할 존재가 아니라 조직손상이 생긴 우리 몸을 보호하기 위한 일종의 방어기전이다. 통증을 약으로 덮고 운동을 계속 한다면 이는 마치 퇴행성관절염으로 가는 급행열차를 탄 것과 같다. 즉 얼마 지나지 않아 운동도 못하게 되고 다이어트도 포기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 환자에게 문제가 생겼던 슬개대퇴관절은 몸무게가 1㎏ 늘 경우 평지보행에서는 늘어난 몸무게와 똑같은 1㎏의 부담이 더 가해질 뿐이지만 내리막길이나 조깅 시에는 7~8㎏의 하중이 더 가해지는 것과 같다. 주로 손상이 생기는 조직은 힘줄이나 연골인데 연골은 18세가 되면 더 이상 재생되지 않는다. 

자,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필자는 비만의사이고 운동전문가이지만 환자에게 첫 한 달간은 '운동하라'는 말을 일절하지 않는다. 이 환자에게 제일 필요한 처방전은 올바른 식사습관을 형성하는 것이다. 따라서 필자는 환자의 식사습관을 교정하는데 주안점을 둔다. 의사로서 환자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지만 환자가 모든 걸 한 번에 다 받아들이기는 매우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필자는 환자에게 상황 설명을 한 후 식욕 억제를 위한 약물과 동시에 무릎 관절의 회복을 위한 물리치료를 처방하고 운동의 경우, 평지 위주로 가볍게 걷거나 근력운동의 기본자세를 익히는 선에서만 하도록 권유했다. 그 결과 환자는 '비만'과 '무릎통증' 두 가지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었다. 

어떤 일이건 중요한 건 일의 앞뒤를 잘 파악하는 것이다. 좋은 결과를 빨리 얻고자하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그 순서가 바뀌면 손에 쥐는 건 단지 통증 밖에 없다는 걸 꼭 명심하시길 바란다.


글·김유수 서울재활가정의학과의원 원장(대한비만체형학회 교육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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