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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칼럼] 뱃살 빼려다 허리디스크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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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세 여자 환자가 허리가 아파서 내원했다. 30대 때 허리가 크게 아픈 적이 있었고 몸을 구부리거나 오래 앉았다 일어날 때 허리통증이 심해진다고 했다. 진찰 상 신경증상은 뚜렷하지 않았으나 X-레이 상 허리뼈 4~5번 사이 디스크가 다소 좁아져 있었고 허리뼈에 약간의 퇴행성변화가 보였다. 원인을 찾기 위해 최근 일상생활에 변화가 있었는지 물어보았더니 두 달 전부터 지인의 추천으로 허리도 건강해지고 뱃살도 빠진다고 하여 윗몸일으키기를 시작했다고 했다. 이 환자는 윗몸일으키기를 열심히 했는데 왜 허리통증이 발생했는지 의아해했다.  


아직도 뱃살을 빼기 위해서는 윗몸일으키기와 같은 복근 운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하지만 많은 연구자들이 실험해본 결과 특정부위의 운동이 그 부위의 지방을 줄이는데 효과적이지는 않았다.  

그 예로 캐치(Katch)라는 연구자는 실험대상자에게 27일간 5004회의 윗몸일으키기를 하게 한 후 부위별 지방세포의 크기를 조사했는데 복부, 엉덩이, 팔에서 지방세포크기 감소는 비슷하게 나타났다. 다른 연구자는 20주간 자전거 운동을 시킨 후 체지방을 조사했더니 운동을 했던 다리보다는 몸통에서 훨씬 더 많은 지방이 감소했다고 보고했다. 

또 다른 연구자는 테니스 운동선수의 양쪽 팔 지방량을 비교했는데 잘못된 믿음대로라면 테니스 라켓을 잡는 팔의 지방량이 다른 팔에 비해 더 적어야하지만 실제 결과는 두 팔에 차이가 없었다고 한다. 특정 부위 운동을 했을 때 그 부위의 둘레가 감소한 듯 느끼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는 운동에 의한 일시적인 근육 당김 현상 때문이지 지방량의 변화와는 상관이 없다.  

게다가 나이 들면서 나오는 뱃살은 피부 밑 지방이라기보다는 배 속에 쌓인 내장지방인 경우가 많은데 이를 줄이기 위해서는 식이요법과 함께 많은 칼로리를 소모하는 운동이 유리하다. 따라서 단지 뱃살만을 빼기 위해 유산소운동이나 대근육운동 보다 칼로리 소모량이 적은 윗몸일으키기를 선택하는 것은 적절하다고 보기 어렵겠다. 물론 윗몸일으키기를 통해 배근육에 탄력을 줘서 처짐이 완화돼 보이는 체형교정 효과를 약간 기대해볼 수 있겠지만…. 

또 하나 꼭 알아야할 것은 윗몸일으키기가 복근을 키우기에 효과적인 운동이 아니라는 것이다. 전형적인 윗몸일으키기에서 처음에 몸통을 드는 동작만 주로 복근을 사용하고 그 다음에 머리가 무릎까지 가는 동작은 고관절 굴곡근 같은 다른 근육을 주로 사용한다. 게다가 앞서의 환자처럼 배가 나오고 복근이 약한 경우 억지로 윗몸일으키기 동작을 하면 복근은 단련되지 않고 오히려 척추후관절 압박이 심해지면서 허리통증만 생길 수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젊고 손상이 없는 허리 디스크는 아무리 몸통 운동을 해도 문제가 없지만 이 환자처럼 일단 손상이 생겼던 허리디스크는 윗몸일으키기 같은 운동을 반복적으로 시행할 경우 디스크 손상이 누적돼 파열에 이를 수 있다. 

따라서 이 환자에게 윗몸일으키기를 당장 중지하고 뱃살을 줄이기 위해서는 부위별 운동 보다는 식이요법이 더욱 중요함을 주지시켰다. 그리고 허리통증 완화를 위한 물리치료와 소염제를 처방했다. 또한 허리통증을 완화시키면서도 체지방도 줄일 수 있는 평지 걷기 운동을 하도록 권유했다. 적절한 진단과 처방이 시행되자 허리통증은 금세 호전됐고, 비만약과 적절한 운동처방을 통해 체중이 감소되면서 허리 상태도 훨씬 더 좋아졌다. 

이 환자의 사례를 통해 잘못된 정보와 믿음으로 비만과 허리디스크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확신이 들지 않거나 궁금한 점이 있다면 반드시 전문가와 상의하시길 바란다.

 

글·김유수 서울재활의학과의원 원장(대한비만체형학회 교육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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